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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도자기 이야기

물레는 꼭 필요할까? 물레 없이 만드는 도자기

by 다정한스푼 2025. 7. 18.

그릇 진열 선반
진열된 그릇들

이미지 출처- pixabay

 

물레 없이도 가능한 도자기 제작, 전통을 넘은 손끝의 창조

도자기를 만든다고 하면 많은 이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도구는 ‘물레’입니다. 빠르게 회전하는 원판 위에서 손으로 형태를 빚어내는 모습은 도예의 대표적인 이미지이기도 하지요. 그러나 실제로 도자기 제작에는 물레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물레 없이 손으로 천천히 흙을 다듬고 형태를 만드는 ‘핸드빌딩’ 기법은 도예의 가장 오래된 방식이자, 창의성과 개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표현 수단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물레 없이 도자기를 만드는 다양한 방식과 장점, 실제 제작 과정, 그리고 이를 통해 느낄 수 있는 도예의 본질적인 아름다움에 대해 정리해 보았습니다. 흙과 손이 만나는 가장 원초적인 예술, 물레 없이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실 것입니다.

도자기와 물레, 그 당연함에 대한 질문

도자기를 만든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자동으로 떠올리는 도구가 하나 있다. 바로 ‘물레’다. 빠르게 회전하는 물레 위에서 흙덩이를 중심에 올려두고, 두 손으로 형태를 잡아가는 장면은 영화나 다큐멘터리에서 자주 보아온 익숙한 이미지다. 그래서인지 도예에 관심을 갖는 초보자들 중 상당수가 "물레를 배워야만 도자기를 만들 수 있는 걸까?"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 질문은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도예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는 것이기도 하다. 과연 도자기는 ‘기계의 회전’이 있어야만 만들어질 수 있을까? 수천 년 전의 도예가들은 모두 물레를 사용했을까? 사실상 도자기의 역사는 물레보다도 오래되었으며, 손으로 흙을 빚어 형태를 만든 것이야말로 가장 오래된 도자기 제작 방식이다. 현대의 도자기 제작에도 여전히 ‘물레 없이’ 만드는 방식이 존재하며, 그 가치는 오히려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특히 ‘핸드빌딩’이라 불리는 이 기법은 도자기 하나하나에 제작자의 손맛과 개성이 고스란히 녹아드는 작업 방식으로, 물레보다 느리고 불완전하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인 결과를 만들어낸다. 이 글에서는 ‘물레 없이 도자기를 만드는 것’이 단순히 가능한지를 넘어, 그것이 어떻게 가능하며, 왜 여전히 도예가들 사이에서 사랑받는 방식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본다. 기술의 유무를 넘어, 도예의 본질은 결국 ‘손으로 흙을 빚는 행위’라는 단순하지만 깊은 진리를 함께 생각해보고자 한다.

 

물레 없이 도자기 만들기, 가능한가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도자기는 ‘물레 없이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 실제로 수천 년 전 인류가 도자기를 처음 만들기 시작했을 때는 전기가 없었고, 물레도 없었다. 이들은 손으로 흙을 만지며 하나하나 형태를 빚었다. 그 전통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으며, 많은 현대 도예가들이 오히려 의도적으로 물레 없이 작업을 한다. 물레 없이 도자기를 만드는 방식은 주로 ‘핸드빌딩(handbuilding)’ 기법으로 분류된다. 대표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코일링(Coiling)** 흙을 길게 말아 끈처럼 만든 후, 바닥부터 돌돌 쌓아 올리며 형태를 만드는 방식이다. 비교적 자유로운 형태 표현이 가능하며, 컵, 화병, 항아리까지 다양한 형태 제작에 쓰인다. 2. **슬래브(Slab) 방식** 점토를 평평하게 밀어낸 후, 잘라 붙여서 모양을 만드는 방식이다. 직선적이고 정형적인 형태를 만들기에 적합하며, 사각 접시, 찻잔 받침, 작은 박스 형태의 오브제에 자주 활용된다. 3. **핀칭(Pinching)** 점토 한 덩어리를 손으로 눌러가며 안쪽을 파내고 바깥을 둥글게 만들어 형태를 잡는 방식이다. 가장 직관적이고 원초적인 방법으로, 초보자에게 적합하다. 이 외에도 손으로 직접 조각하듯 만드는 조형 방식 등 물레 없이 가능한 표현법은 매우 다양하다. 실제로 많은 공방에서는 초보자 체험 수업에서 물레보다 손작업을 먼저 가르친다. 이는 도예의 기본을 이해하기에도, 창의적인 표현을 시도하기에도 더 좋은 방식이기 때문이다. 또한 핸드빌딩 기법은 물레보다 제작 속도가 느리지만, 한 점 한 점 손으로 성형하는 만큼 개성과 감성이 살아 있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세한 비대칭, 손의 흔적, 자연스러운 굴곡 등이 오히려 핸드메이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기술적으로도 핸드빌딩은 일정한 연습만 하면 누구나 시도할 수 있다. 물레는 숙련도를 요하고, 초기 비용도 더 많이 드는 반면, 손작업은 도구 몇 가지와 점토만 있으면 언제든 시작할 수 있는 접근성이 높은 방식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정답은 없다’는 것이다. 물레가 있어야 완성도 높은 도자기가 나온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도자기라는 결과물의 의미는 단지 형태의 정밀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오히려 흙과 손, 사람의 의도가 어우러져 탄생하는 도예의 매력은 때로 물레보다 손작업에서 더 잘 드러난다.

 

도자기 제작의 본질, 손끝에서 다시 태어나다

도자기를 만든다는 것은 단순히 그릇 하나를 만드는 것을 넘어서, 자신의 감각과 감정을 흙을 통해 표현하는 예술 행위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도자기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것이 꼭 물레여야만 할 이유는 없다. 물레는 효율적인 도구일 수 있지만, 그것이 곧 도예의 기준은 아니다. 물레 없이 만드는 도자기, 즉 핸드빌딩 기법은 느리지만 풍부하다. 손으로 직접 흙을 만지고, 형태를 빚으며, 나만의 리듬으로 작업하는 그 과정은 창작 이상의 감정을 전달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오히려 그 불완전함 속에 ‘나’라는 존재가 오롯이 드러난다. 특히 도예를 처음 접하거나, 취미로 시작하는 시니어 분들에게 핸드빌딩은 진입 장벽이 낮고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물레는 때로 기술에 대한 부담감을 주지만, 손작업은 오히려 어린 시절 찰흙을 만지던 감각처럼 편안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흙과 대화하고, 자기 자신과도 마주하게 된다. 도자기의 세계는 넓고도 깊다. 물레가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충분히 가능한 세계다. 손으로 빚은 도자기 한 점에 담긴 시간과 마음은 어떤 기술로도 대체할 수 없는 값진 경험이 된다. 오늘, 물레가 없어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흙 한 덩이를 손에 쥐어보길 권한다. 그 손끝에서 무엇이 시작될지, 기대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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